시작하며,
다음 달이면 더 이상 마스크 안 쓰고 다녀도 될 거야… 라는 기대도 옛날이 되어 버린 요즘입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도 늘었고, 내가 타고 있는 차 밖 풍경도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미덕으로 여겨졌던 만남을 통한 교류는 줄어들었고, 따로 떨어져 혼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해 보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9년부터 우리나라 가구 비중에서 1인 가구가 30%를 차지하며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와 동료들은 이러한 한 명 한 명의 ‘개인’의 일상을 도와주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해 왔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어떤 서비스인지 아실 거예요. 보통은 AI 음성비서 서비스라고 부르죠.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회사들이 앞다투어 서비스를 운영하며, 향상시켜 나가고 있고, 이를 통해 음성으로 전등, 온도, 또는 가전제품을 컨트롤하기도 합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AI 디바이스 개발자로서, 오늘은 ‘카카오미니’로 시작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음성비서 서비스’를 더 유용하게 만들고, 생활 속에 녹이기 위해 고민했던 디바이스 프로젝트의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결과물로 탄생한 제품도 보여드릴게요.
꼭 필요할 때는 없드라…
살면서 자주 경험하는 일입니다. 어딘가에 존재하긴 하는데, 막상 내가 필요할 때 혹은 꼭 필요한 장소에는 막상 없어서 아쉬운 그런 경우를요. 저는 가끔 자동차를 운전하며 집으로 가는 길에 ‘언제 오냐’는 문자를 받으면 그렇게 빨리 답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차량이 정지한 사이에 답장하려고 하게 되고, 가끔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그러면서까지 문자 보낼 필요는 없지…‘라고 생각하죠. 이런 상황에서 집에 있는 ‘카카오 미니’가 차에 탑재되어 카톡을 읽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 있을 때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읽고 답하는 행동이 자동차 운전만 시작하면 위험하고 힘든 일이 되니까요.
카카오 i는 2017년부터 ‘카카오 미니’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헤이카카오’ 앱을 통해서 휴대폰으로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요. 소비자와 소통하며 축적한 기술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여 이를 통해서 생활 속에 실질적인 편리함을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핍과 아쉬움을 에너지로 출발한 미니링크 프로젝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좋은 서비스라고 해도 분명 내가 필요한 시간과 사용할 만한 장소에서 제공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카카오 i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되기 위해, 그 서비스를 담아 전달하는 그릇(제품)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보통 AI 스피커라고 불리는 제품은 집에서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쉽게 휴대하기 힘든 무게와 부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헤이카카오’ 앱은 휴대폰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바로 불러내어 쓰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기초적인 장애물을 넘기 위해, 새로운 카카오 i 디바이스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작년부터, 우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상품 기획 멤버들은 이런 요건을 만족하는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다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의기투합하여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났고, 최근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미니링크(mini LINK)'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럼 이제, 저희가 추려낸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볼게요.
#버릴 것은 버리고 본질만 담아보자
지금까지 카카오 i가 담겨있던 그릇(기기)은 모두 스스로 데이터를 처리하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들이었습니다. 모두 AP(Application Processor)라고 불리는 고가의 연산처리장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AP를 탑재하고 있으면 스마트폰처럼 여러 앱을 설치하여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가 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원 소모 증가, 무게 증가, 가격 상승을 감당해야 합니다. 모든 고객이 꼭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닌 거죠.
그래서 AP 없이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엄청난 장점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AP가 있는 기기는 필연적으로 메모리와 Connectivity(Wifi, BT)를 필요로 하고 이 과정에서 큰 배터리까지 추가되어, 무게도 가격도 무거워지거든요.
이 기기를 통해서 우리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매개체는 ‘음성’이므로, 휴대폰의 ‘헤이카카오’ 앱을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단순한 장치를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 잘 흘러갈 것만 같았죠… 하지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블루투스는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휴대의 용이성 (mobility) : Yes (AP가 없으니까 가볍다)
전원 켜기, 연결 등의 귀찮음 없는 사용의 편리성 (always connected) : No (배터리를 많이 먹으므로 매번 꺼 놓아 하는 문제가 있다)
한 번 충전 시, 일주일 이상의 사용성 (low power) : No (연결 시 배터리가 하루를 못 가는 문제가 있다)
기존의 음악을 유통하는 블루투스 프로파일로는 (BT Classic 혹은 A2DP로 불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게 명확해졌습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래서 다들 AP를 사용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Bluetooth LE(low energy)라는 별도의 프로토콜이 존재하는 것은 알지만, 음성을 보내고 받는 용도로 쓰이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BLE 프로토콜이 우리가 원하는 목적을 받아줄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는 확신을 갖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BLE는 프로토콜이 만들어진 의도에 맞게 저전력으로 연결(페어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잠자기 모드(Sleep Mode)로 전환되지만 이 모드에서도 계속 연결을 놓지 않는 엄청난 장점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BLE를 통해 사람 목소리를 담을 정도의 ‘용량’이 되는지도 실험으로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BLE를 매개로 휴대폰에 설치된 앱과 우리 제품을 연결하여 마치 우리가 만든 제품에 AP가 살아 돌아가는 것처럼 기계를 만들어 보는 일이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앱을 고치고, BLE로 유통할 수 있는 특별한 코덱을 설치하여 작동시켜 보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몇 달 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양방향 음성 신호가 오가는 기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카카오 i 서버와 통신하여 사용자의 음성을 보내고, 답변을 받는 방식을 튜닝해왔고, 이제 여러분들도 실물로 보실 수 있는 디바이스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미니링크는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떤 하드웨어(Hardware)를 갖추었는지 설명해 볼게요. 우선, 기기가 우리 음성을 잘 듣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고감도 듀얼 마이크를 제품의 상단에 탑재했어요. 이 두 개의 마이크로, 사람 목소리 외의 잡음은 주변의 노이즈를 감소시키는 Noise Suppression Filter로 걸러줍니다. 전화 통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다시 내 마이크로 들어와 생기는 에코 현상을 없애주는 Echo Canceling 기능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카카오톡 전용키! 이번에 카톡 전용키를 만들면서 새로운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메시지를 가장 많이 주고받는 친구 한 명을 설정해 놓으면, 재빨리 메시지를 읽어주고, 카톡을 보내는 과정도 훨씬 빨라집니다. (누구에게 보낼지 물어보지 않아요.)
그리고 이 친구들이 없으면 섭섭하죠… 카카오 프렌즈 커버. 일단 보고 가실게요. :)
카카오를 대표하는 프렌즈 캐릭터 커버와 함께 휴대하기 좋게 목걸이와 열쇠고리가 들어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니링크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면 될까요?
저는 미니링크를 사용하면 가장 좋을 곳으로 자동차를 꼽습니다.
눈과 손이 자유롭지 않고, 앞을 향해 집중해야 되기 때문이죠.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연결되어 있다면, 미니링크 오디오 출력을 자동차 스피커로 변경해서 자동차에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요, 카톡이나 전화를 원터치로 할 수 있어요. 번거로운 절차가 없이 버튼 누르고 말하기만 하면 됩니다.
집에 음질이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나요? 휴대폰을 통해 미니링크와 연결하면, 내 요청에 반응하는 스마트 스피커가 됩니다. 그리고, 아이에겐 미니링크로 동화를 틀어서 들려주시는 건 어떨까요? 옆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와중에도, 미니링크는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줄 거예요.
마지막으로, 사람으로 북적이는 길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새로 온 카톡도 이어폰을 통해 들어보세요. 카톡 전용키 한 번 조작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카톡 보내기도 당연히 되죠!
마치며,
지금까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카카오 i 서비스’를 만들려는 저희의 짧은 여정과, 그 결실에 대해 이야기드렸는데요, 미니링크를 1년이 넘도록 같이 개발하면서 해결책이 없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라서, 보고 따라 할 제품이 시중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을 ‘우리’는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집단지성’과 ‘긍정’의 힘을 경험했다고 해야겠네요. 카카오에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움 없이 추구해 보자는 얘기를 종종 합니다. 저는 이번 여정이 특별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더 이상 돌파할 방법이 없으면 언제든 중단될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엔지니어와 기획자들이 만들고 있는 카카오 i 플랫폼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는 계속 탐구하고 있을게요. 코로나로 지쳐 있는 ‘우리’이기도 하고 ‘혼자’이기도 한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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