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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올바른 동사 사용 가이드

celina.7 2021. 11. 18. 14:16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테크니컬라이팅 의 Crystal(김유리), Sandy(차신영), July(김정인)입니다.

오늘은 테크니컬 라이팅 4대 원칙 (명확성, 간결성, 정확성, 일관성) 중 하나인 명확성(Clarity)을 높이는 글쓰기 조건으로 올바른 동사 사용이라는 주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테크니컬 라이팅 4대 원칙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명확한 글이란 핵심어나 핵심 문장을 모호하게 사용하지 않고 독자가 기술 문서를 읽을 때 한 번에 이해하도록 작성한 글을 말하는데요.

 

명확한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장 성분들 간의 자연스러운 호응이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어는 영어와 다르게 주어를 매우 흔하게 생략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주어가 생략된 문장에서 서술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실제 이런 오류는 기술 문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명확한 글을 작성하기 위해 작성자는 해당 문장의 주체를 나타내는 주어(Subject)와 그 주체에 대한 설명인 서술어(Predicate)의 호응 관계가 자연스러운지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금 쉽게 설명해 볼까요?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 영어로 "I love you"라고 말을 하는 반면 한국어로는 "나는 너를 사랑해" 보다는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상대방을 부르는 애칭으로 "love"라는 단어를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I love you"와는 엄연히 다른 뜻입니다. 이렇게 주어를 흔히 생략하고 서술어를 강조하는 한국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기술 문서에서도 정확한 서술어 형태에 맞춰 글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제 기술 문서에서 많이 사용되는 동작이나 작동을 나타내는 동사의 형태와 실제 문장 예시를 살펴보고, 명확한 문장을 작성하기 위해 동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영어와 한국어의 동사

동사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동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입니다. 《동사의 맛》이라는 책에서는 '한국어는 동사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표현할 만큼 한국어에서 동사는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입니다.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역할 외에 주체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데요. 예문을 통해 동사의 다양한 활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문장의 서술어부는 '출시하다'라는 동사의 원형을 활용한 것으로, '출시'처럼 형태가 변하지 않은 부분을 '어간'이라고 하고 형태가 변한 부분을 '어미'라고 합니다. 이처럼 어미의 변화를 동사의 활용이라고 하며, 우리는 동사의 활용을 통해 문장의 시제가 과거이며 피동 표현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사를 분류하는 기준

동사의 정의와 활용에 대해 살펴보았으니, 이제 어떤 기준으로 동사가 분류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어에서 동사는 크게 목적어 유무와 주체에 따라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목적어 유무에 따른 분류

동사는 목적어 유무에 따라 '자동사'와 '타동사'로 구분되며 목적어가 없는 동사를 '자동사', 목적어가 있는 동사를 '타동사'라고 합니다. 예시 문장을 통해 자동사와 타동사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문장 (가)에서 '바람이'는 '불어요'의 주어 역할을 하는데, 이때 목적어가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불어요'는 '자동사'가 됩니다. 반면 문장 (나)에서는 '시작 탭을'이 '클릭합니다'의 목적어 역할을 하므로 '클릭합니다'는 목적어가 있는 '타동사'로 분류됩니다.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문장 (다)의 동사인 '들립니다'의 경우, '들립니다'는 '듣다'라는 타동사에 피동접미사 '-리-'가 붙어 만들어진 피동 자동사인데요. 타동사를 자동사로 만들어주는 피동 접미사에 의해 타동사 '듣다'가 자동사 '들립니다'로 활용된 형태입니다. 피동 접미사에 대한 내용은 다음 주체에 따른 동사 분류에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주체에 따른 동사 분류

'주체'는 행위나 상태의 주인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동사는 주체와의 관계에 따라 주동사, 사동사, 능동사, 피동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앞서 동사는 주체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설명했는데요. 동사의 활용에 따라 동사는 '사동사' 또는 '피동사'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때 동사와 결합하여 사동사를 만드는 것을 '사동 접미사'라 하고, 피동사를 만드는 것은 '피동 접미사'라 합니다.

[표 1] 주체에 따른 동사

올바른 동사 사용 가이드

지금까지 동사의 정의와 분류를 통해 동사를 살펴보았는데요. 동사는 주어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만큼 문장내에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에서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사를 잘못 사용했어도 문장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색한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합니다. 저희가 실제 기술 문서 초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사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문장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동사를 잘못 사용한 문장의 경우, 작성자 입장에서는 어색하지 않은 문장이라도 독자에게는 모호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을 수 있고, 가독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문서에서는 동사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기술 문서에서 발견한 잘못된 동사의 사용 예시를 살펴보고, 이런 문장을 어떻게 고쳐나가면 좋을 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체에 맞는 동사 사용

한국어는 주어를 빈번하게 생략하고 서술어를 강조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튼을 클릭합니다' 라는 문장을 작성할 때 '사용자는 버튼을 클릭합니다.'라고 작성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로 주어를 생락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테크니컬라이팅에서 글쓰기는 흔히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웹 브라우저 등의 동작을 나타내다보니 주체를 명확하게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문장에서 생략된 주체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동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주체일 경우

사람이 동작할 경우 동사는 능동형을 사용해야 합니다. 테크니컬라이팅에서는 기계가 동작하여 처리하는 형태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피동형으로 적기 쉬운데요. 예시 문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문장에서 이름을 입력하고 버튼을 클릭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즉 사람입니다. 따라서 주체를 사람으로 두고 해석했을 때 말이 된다면 동사를 능동형으로 작성합니다.

기기(PC/모바일)가 주체인 경우

기술 문서에서 항상 사람이 주체인 것은 아닙니다. 예시 문장을 보면, 동사로 쓰이는 '-업데이트하다'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기존 정보를 최신 정보로 바꾸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장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 능동적으로하는 것이 아닌 기기(PC 또는 모바일)이 주체가 되어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 경우 피동형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이 문장에서도 PC가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업데이트됩니다.' 라는 피동형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서비스가 주체인 경우

기술 문서에서 "이 서비스는 ~~ 기능을 제공합니다"라는 문장처럼 서비스가 주체가 된 문장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특정 서비스의 기능을 소개할 때 해당 서비스가 주체가 되므로, 피동형이 아닌 능동형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음의 예시처럼 Bot(봇)이라는 이름을 가진 서비스가 알람 수신 및 대화 기능을 제공함을 설명하는 문장의 경우, Bot(봇)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동작을 하기 때문에 동사는 능동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중 피동형은 지양

한국어 문장 중 불필요하게 길어지거나 의미가 어색한 문장을 살펴보면 간혹 이중으로 피동 표현이 사용된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 이중 피동형에 대해 학자들이 이것을 올바른 표현으로 간주하느냐 마느냐 의견이 갈린다고 합니다. 국립국어원 또한 이중 피동형에 대해 '이중 피동의 옳고 그름을 규정한 바는 없지만 간결한 표현에는 알맞지 않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중 피동의 대표적인 형식은 피동사 + '-어지다'인데요. 앞서 설명한대로 동사를 피동형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타동사에 피동접미사를 붙이는 것입니다. 다음 예시 문장은 '보여집니다.'라는 동사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보여집니다'는 '보다' 라는 동사에 피동접미사 '-이-'와 '-어지다'가 더해져 이중 피동형 동사가 됩니다. 이중 피동형 동사는 테크니컬라이팅 4대 원칙 중 간결성에 맞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 피동접미사를 하나만 사용하여 '보입니다'로 작성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번역 투를 지양

IT 기술은 원문이 외국어로 작성된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번역 투' 문장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해석하다보니 우리말과 문법이 다른 언어를 우리말로 옮겼을 때 불필요하게 문장이 길어지거나 용법과 맥락이 고려되지 않은 문장이 나타나는 것인데요. 실제 번역투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2011년부터 기획재정부는 '조세법령 새로 쓰기' 사업을 추친하였고, 교육부에서는 2016년부터 교과서에 실린 번역 투를 순화하는 사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진행형 동사를 사용할 경우

기술 문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많이 쓰이는 '~ 중입니다'라는 표현은 영어의 현재 진행형(be + ~ing)에서 온 대표적인 번역투 문장입니다. 이렇게 현재 진행하고 있는 내역을 표현할 때는 현재 진행 형태인 '~하고 있다'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과거 완료 시제를 쓸 경우

한국어에서 동사의 시제는 진행형, 현재, 과거, 미래 시제로 구분되는 반면 영어에서는 한국어에 없는 과거 완료 시제가 존재합니다. 한국어에 없는 과거완료 표현을 번역하다보니 '~였었다', '~를 했었었다' 등 어색한 표현이 나올 수 있으므로, 영어의 과거완료 표현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에는 한국어 시제에 맞춰 번역을 해야 합니다.

수동태 구문을 사용하는 경우

수동태, 능동태는 한국어와 영어 문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문법적 차이 중 하나인데요. 영어에서는 수동태를 만들 때 'be' 동사와 동사의 과거 분사형을 이어 붙입니다. 또 동사의 행위자인 주어는 문장에서 'by 행위자'(~에 의해)로 바뀌는데요. 이런 수동태 표현은 한국어에는 없는 표현이기 때문에 영어 문장을 그대로 번역하면 어색합니다. 흔히 영어의 수동태가 우리말의 피동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영어의 수동태는 동사가 타동사여야 하지만, 우리말은 자동사, 타동사 구별이 엄격하지 않다는 점, 우리말에서는 타동사도 목적어 생략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보면 엄연히 다른 문법입니다.

 

다음 예시 문장에서 'are answered'를 '답변되어 집니다' 또는 'by a bot'을 'bot에 의해' 라고 수통태 구문의 번역투를 사용하지 않고, Bot을 주어로 사용하여 능동형 문장으로 풀어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문장이 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동사의 정의와 목적어 유무와 주체에 따른 분류, 그리고 올바른 동사 사용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문장에서 동사는 어떤 동사를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문장에서 생략될 수 없는 중요한 성분이므로 올바른 형태의 동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한국어는 의미, 구조에 따라 동사가 활용되기 때문에 올바른 동사형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술 문서에서 동사의 사용 오류가 빈번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문장마다 올바른 동사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런 문장들이 보여 가독성이 좋은 기술 문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또한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저희 팀에서 관리하는 기술 문서에 올바른 동사를 사용을 하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희 테크니컬라이팅 에서는 기술 문서를 작성할 때 독자들이 글을 한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동사, 단어, 문장 기호 등도 하나하나 신경쓰고 있는데요. 독자분들도 문장을 만들거나 퇴고를 할 때, 동사와 문장 성분의 호응이 자연스러운지, 불필요하게 동사가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이중 피동형처럼 한국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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