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w Insight

[TW] 기술문서에 올바른 우리글 사용하기

chedda.choi 2022. 10. 7. 09:49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테크니컬라이팅 팀의 Crystal(김유리)과 Sandy(차신영), Lua(박수빈)입니다. 

어느덧 2022년의 가을입니다. 22년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이네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 천고마비의 계절인 10월 하면 우리에겐 10월 9일 한글날이 떠오르겠죠? 다들 아시겠지만, 한글날은 한글의 탄생을 기념하며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입니다. 저희 테크니컬라이팅 팀에서도 제576돌 한글날을 기념하여 우리 한글을 바르게 잘 사용하고 있는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분명 저희 테크니컬라이팅 팀에서도 여러 번의 퇴고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가이드를 배포했는데, 그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모든 사용자들' 또는 '발신자로부터'와 같은 외국어식 표현을 다수 발견하여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표현이 이상한 건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는 중국어나 일본어 등 외래어의 영향을 받은 표현으로 엄밀히 말하면 국어식 표현이 아닙니다. '모든 사용자들'은 '모든 사용자'로, '발신자로부터 인증키를 받습니다.'는 '발신자에게 인증키를 받습니다.'라고 고쳐 써야 올바른 국어식 표현입니다. 이처럼 한글날을 맞이하여 기술문서에 어색한 외래어 방식의 표현을 남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면서 아름다운 우리글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색한 문장 표현

우리는 일상생활이나 문서를 작성할 때 국어식 표현이 아닌 외국어식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런 표현이 너무 대중적으로 사용되다 보니, '모든 사용자들' 같은 표현이 본래 영어식 표현이란 것을 모르고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기술문서에서 이런 외국어식 표현은 표현상으로 맞지도 않고 문장을 어렵게 하며 가독성이 저하되는 요인입니다. 그럼 우리글에 자주 등장하는 영어식, 일본어식, 중국어식 표현을 예시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영어식

우리나라가 영어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영어식 표현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국어에는 영어처럼 '-하고 있는 중이다'와 같은 진행형이 없음에도, 상태나 진행을 묘사할 때 '-고 있다' 대신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표현하거나, 출처나 기원을 나타내는 전치사 from 구를 '-으로부터'라고 직역한 표현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밖에 '-했었었다', '-을 갖는다', '-들' 같은 어구도 영어식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우리글 속 영어식 표현

 

② 일본어식

일본어식 표현은 일제의 잔재를 현재까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의’, ‘-에 있어’, ‘-에 틀림없다’와 같은 표현은 대표적인 일본어 투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의’ 또는 ‘-것’의 중복 사용은 기술 문서 퇴고 시에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그림 2] 우리글 속 일본어식 표현

 

③ 중국어식 

우리는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한자를 썼고, 여전히 한자는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서에서 한자식 표현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중국어식 표현에는 '-적' 또는 '-하'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림 3] 우리글 속 중국어식 표현

 

우리글 바로쓰기

앞서 우리가 일상생활이나 문서를 작성할 때 잘못 사용하고 있는 외국어식 표현을 알아봤는데요. 이런 외국어식 표현은 올바른 국어식 표현이 아닐뿐더러, 문장을 어렵게 만들고 가독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국어식 표현으로 수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외국어식 표현을 알아보고 어떻게 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① '-적'을 생략하자

'-적'은 중국어 또는 일본어에서 온 표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어에서는 '-적(的)'이 체언을 속격과 형용사형, 부사형으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형태소라, 이를 '-적'으로 번역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어에서 메이지 시대 초기 영어 '-tic'을 번역하면서 '-적'이란 말을 썼고, 이런 표현이 국어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국어에는 관형격 조사 '의'가 있고 용언의 관형사형, 부사형 활용어미가 풍부해 우리의 고유한 조사와 활용어미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적'이라는 표현을 충분히 생략하거나 대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명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 4] '-적' 표현 예시

 

② '-것'을 줄여 쓰자

'글 속에서 반복되는 것은 중요한 내용이다.'라는 문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문장을 분석해 보면 '것'이 가리키는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것'은 불명확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특히 명확성이 중요한 기술문서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 '글 속에서 반복되는 내용은 중요한 내용이다.'처럼 좀 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한다면 의미를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것'이라는 표현을 최소화해보니 문장이 더 깔끔해지고 명확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림 5] '-것' 표현 예시

 

③ '-의'를 줄이자

관형격 조사 ‘-의’가 없어도 충분히 의미가 명확한 문장에 ‘-의'를 사용하는 것은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표현입니다.

우리는 문서뿐만 아니라 메신저 대화에서도 불필요하게 ‘-의’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이는 여러 격조사를 쓰는 일본어 조사 ‘の’를 그대로 사용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의’를 생략할 수 있다면 생략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조사 ‘-의’를 연이어 사용하거나, ‘-의’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의’를 사용하다 보면 문장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명확성과 가독성 측면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장을 작성하거나 퇴고할 때, 불필요하게 들어가 있는 관형격 조사 ‘-의'를 빼거나 다른 조사로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6] '-의' 표현 예시

 

④ '-들'을 남용하지 말자

문장의 맥락에서 복수임을 짐작할 수 있거나 문장 속에 있는 다른 어휘로 복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면 복수 접미사인 ‘-들'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복수임을 알 수 있는데도 불필요하게 단어마다 ‘-들'을 붙이는 것은 영어식 표현인데요. 국어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들'은 불필요한 표현으로 문장이 길어지고 가독성을 떨어뜨립니다. ‘-들'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국어의 '여러', '많은', ‘모든'이라는 단어 속에 이미 복수의 의미가 있기에 복수 접미사 '-들'을 쓸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 7] '-들' 표현 예시

⑤ 중복 표현을 줄이자

중국말을 알기 어려워 더 알기 쉽게 말을 덧붙이면서 사용하게 된 겹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겹말이란 같은 의미를 지닌 형태의 말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효율적인 언어 사용을 위해 중복 표현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자주 쓰는 말인 ‘간단히 요약하다'라는 말은 ‘요약하다'에 ‘간단히'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의미상 중복됩니다. 이런 중복 표현 사용을 줄여 앞으로 효율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 8] 중복 표현 예시

 

⑥ 동사에 신경 쓰자

영어는 명사가 발달한 언어라면, 한국어는 동사가 발달한 언어입니다. 하지만 주어에 어울리는 동사를 잘못 사용하거나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내일은 바람과 비가 내리겠습니다.' 같은 문장을 읽고 이 문장이 왜 어색한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한국어는 동사 중심으로 문장을 만들기 때문에 문장을 정확하게 쓰려면 주어와 어울리는 서술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은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겠습니다.'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기술문서를 검토하다 보면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문장을 종종 발견하기도 하는데요. 독자에게 정확하게 안내하기 위해 주어나 목적어에 맞는 서술어를 사용했는지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 9] 동사 표현 예시

 

⑦ 번역 투에서 벗어나자

외국어 의미 그대로 번역된 표현이 고착되면서 여러 분야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 문장을 번역하거나 차용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IT 관련 용어나 문서는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번역 투에 대한 표현적 차이를 인지하고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다음은 실제 기술문서에서 발췌한 번역 투 표현과 이를 국어식 표현으로 변경한 예시입니다.

[그림 10] 번역투 예시

마치며

오늘은 한글날을 맞이하여 기술문서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어색한 표현과 올바른 우리글을 사용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문서를 쓰거나 번역하다 보면 국어식 표현만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색한 표현을 인지하고 하나씩 바꿔나가다 보면 문장이 정리되고 가독성이 개선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우리글을 바르게 쓰려는 공공 분야의 노력도 활발한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글문화연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국어문화원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과 '쉬운 우리말 사전'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테크니컬 라이터인 저희도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글 표현이야말로 정보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글을 아끼는 마음으로 기술문서를 만들어가는 테크니컬라이팅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1]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2014), 이수열, 현암사

[2] 우리글 바로쓰기(2009), 이오덕, 한길사

[3]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2015), 유시민, 생각의 길

 

Crystal (김유리)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개발자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Communication Skill을 가진 Technical Communicator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값진 기술들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문서를 만들고자 합니다.

Sandy (차신영)

산더미처럼 쌓여진 문서 정리, 새로운 문서화 도구 테스트, 그리고 구글링이 취미인 Technical Communicator입니다.

Lua (박수빈)

기술문서의 무게를 경험하며 Technical Communicator로 스스로를 차근차근 쌓아가며 깊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