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안녕하세요, AI Lab & Service에서 AI Report를 담당한 Nicole(최인영)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2022년 한 해의 성과를 모두 담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리포트가 12월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막상 리포트가 공개되니 많은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를 모두 저 혼자 느끼고 흘려보내기보다는, 리포트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시간을 돌아보고자 테크앤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리포트 제작기를 작성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리포트가 자칫 무겁게 느껴진다면 제 제작기를 먼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을은 독서, 아니 작문과 퇴고의 계절
올해 제 가을의 시작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입사와 함께합니다. 9월 첫째 주에 입사해 바로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팔로업했습니다. 팔로업이 완료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참여자 가이드를 어떻게 작성할지'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작해야 했죠. 글을 작성할 문서 생성과 글의 분량, 각 카테고리의 편집 의도까지 저자들이 궁금할 부분이 없도록 최대한 자세하게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참여자 가이드는 리포트 제작 배경과 일정, 4개의 카테고리별 편집 의도를 담아낸 카테고리 소개, 그리고 참고 자료까지 들어가 저자 분들께 기고 요청을 드릴 때 사용했습니다.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참여자 가이드를 가지고 저자들에게 글 작성 요청을 드렸습니다. 리포트 가제와 카테고리, 그리고 글 작성을 요청드릴 명단만 정해진 때는 그 많은 글이 모두 기고될 줄은 몰랐습니다. 18편의 글과 25명의 저자에게 회의를 통해 글 작성을 요청했고, 명단에 계신 모든 저자가 작성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흔쾌히 하시겠다고 대답해주신 분도, 일정 때문에 고민해주신 분도, 그리고 오히려 이런 주제는 어떠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신 분까지 모두 이번 리포트에 각자의 열정을 담았습니다. 저 역시 세 편의 글을 맡아 작성했죠. 나중엔 두 편이 늘어 다섯 편이 됐지만요👀
그렇게 글 작성을 부탁드리고, 저도 바쁘게 글을 쓰기 시작하니 9월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가을의 절정, 10월이 다가오자 하나둘 완성된 글이 나오고 퇴고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길가에 낙엽이 쌓이는 장면을 구경도 못 한 걸 아쉬워했는데, 알고 보니 초고라는 사이버 낙엽이 쌓이고 있더군요.
첫 번째 리포트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만큼, 최대한 많은 분의 피드백과 리뷰를 통해 더 나은 글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더 나은 글을 위해 신경 쓴 점은 셀 수도 없는데요, 그중 두 가지를 이번 제작기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작문과 퇴고에 가장 신경 쓴 부분 ① 글의 난이도 조절
먼저 비개발자 편집자로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글의 난이도 조절이었습니다. 이번 리포트는 AI TREND, AI & INDUSTRY, TECH. DEEP DIVE, 그리고 Kakao Enterprise INSIDE까지 총 4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됩니다. 이 중 AI TREND와 AI & INDUSTRY 카테고리에 포함된 글의 난이도 조절은 매우 쉬웠습니다. 해당 카테고리에 언급된 기술 설명은 일반인이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난이도 설정이 뚜렷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TECH. DEEP DIVE 카테고리는 대부분 개발자가 직접 자기 기술을 설명하는 글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래 본인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쓸 때면 그 분야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처음 보는 단어에 필요한 설명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본인에게 너무 익숙해 쉽다고 느껴지는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모르는 내용으로 꽉 채워져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저는 저자와 독자를 글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인 편집자로서 글의 난이도를 조절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개발자가 쓴 글 속 서술된 기술과 용어의 설명을 찾아보고, 그 용어가 현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인지에 따라 표현을 조금 더 쉽게 풀어쓰거나 전문 용어를 덧붙였습니다. 또한 대부분 영어로 구성된 개발 용어라 대/소문자를 구분하고, 영어 축약어를 파악해 뜻을 풀어서 추가하는 작업도 10월을 넘어 11월까지 진행했습니다.
작문과 퇴고에 가장 신경 쓴 부분 ② 글의 구성
글의 난이도를 조절하면 글의 구성도 그에 맞춰 조정해야 했습니다. 어떤 난이도로 글을 쓸 것인지에 따라 글감 소재를 걸러냈고, 글감 소재 자체의 난이도가 적절해도 그것을 풀어내는 글의 흐름도 설정한 난이도에 맞지 않아 흐름을 계속 수정했습니다. 모든 카테고리에서 글의 구성을 신경 썼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이 많았던 카테고리는 AI & INDUSTRY였습니다.
AI & INDUSTRY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집중하는 산업군에 AI를 더한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카테고리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실제 적용하는 서비스와 그 비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글마다 산업군별 특징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해당 산업에서 주목하는 부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서비스와 서비스에 적용한 AI 기술을 설명하는 흐름을 확정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을 회의하고 아이디어를 내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의 구성을 확정하기 위해 스토리라인을 저자와 함께 몇 번이고 새로 구성해 확정한 뒤,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많은 퇴고와 수정이 이뤄져야 했습니다. 특히 AI 기술의 경우, 그 기술을 개발한 개발자가 아닌 해당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획자가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개발자로부터 작성한 정보가 맞는지에 대한 크로스체크가 필요했습니다. 정보가 맞다면 해당 내용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틀리다면 그 내용을 수정하거나 가끔은 삭제해야 했습니다.
근 두 달을 스무 편 가량의 글에서 허우적거렸음에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저자들의 피드백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테크니컬라이터의 피드백이 끝없는 퇴고 마감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기술 문서를 중점적으로 관리하시는 테크니컬라이터의 피드백은 자칫 그대로 넘겨버릴 수 있던 기술적 오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정정하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글을 피드백하는데 그 글의 배경지식을 미리 알고 오류를 짚어낼 수 있는 분들이 퇴고에 함께해주셔서 글 작성 초기에 오류와 오타를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잘 만든 리포트를 포장지로 감싼 겨울
슬슬 연하장이나 크리스마스 축하 인사를 작성하는 11월부터 리포트를 알릴 홍보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집단지성의 힘을 가장 크게 느낀 시기였는데요, 특히 창작의 영역에서는 다다익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연말 포장지 ① 글의 제목
글을 작성하며 함께 고민하고 마지막까지 고심한 점은 바로 글의 제목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발간되는 리포트인 만큼 카카오스러움을 듬뿍 담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이는 다음 리포트 제목에 담아내기로 하고 대신 모든 글의 제목에 조금 더 말랑말랑한 느낌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무턱대고 글의 제목을 길게 늘리지 못하는 글자 수 제한도 아이디어를 최대한으로 짜내게 하는 허들이 됐습니다.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글의 핵심을 모두 담아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때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브랜드&마케팅팀의 꼼꼼한 용어 피드백이 정제되고 산뜻한 느낌을 살리는데 뚜렷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카테고리별 톤 앤 매너와 저자들이 자신의 글 제목에 강조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받아 서너 번을 걸쳐 제목을 보고 또 확인했습니다.
하나 드는 아쉬움은 제목은 어떻게 해도 아쉬움이 남아 글에 번호를 부여해야 했나, 라는 점입니다. 이번 리포트에는 18개라는 많은 글이 들어가는 만큼, 그 글을 부르는 명칭이 글의 소재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AI TREND 카테고리에 실린 첫 번째 글 '업무 프로세스의 새로운 물결, 하이퍼오토메이션' 글은 제목이 완성되기 전까지 'Hyper Automation'으로 불리고 작성됐습니다. 그리고 TECH. DEEP DIVE 카테고리에 포함된 '대화 번역기 : 똑똑하고 센스 있는 채팅 번역'은 '대화 번역기'였습니다. 소재의 이름이 길기도 길었지만, 한/영문으로 통일되지 못했던 점도 부서 간 협업을 저하하는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카테고리에 번호를 붙이고 해당 카테고리에 속한 글의 소재를 가나다순으로 정렬해 다시 순서를 매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업무 프로세스의 새로운 물결, 하이퍼오토메이션'은 AI TREND 카테고리 중 가장 첫 번째 글이니 1-1번 글이라는 번호를 붙여 부를 수 있었겠죠. 많은 글을 관리하는데 더 나은 방법을 빠르게 도입하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연말 포장지 ② 홍보 채널
리포트 발간을 알리는 경로, 홍보 채널도 고민이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여러 SNS 채널을 갖고 있지만 모든 SNS 채널이 리포트 발간 홍보에 유용하진 않았습니다. 논의를 거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기업사이트와 Facebook, Instagrm, 그리고 Linkedin에 이번 리포트 발간을 홍보하기로 했습니다.
🌟 (막간 홍보) 아래 링크를 통해 리포트 발간 소식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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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포장지 ③ 디자인
사실 포장이라고 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점은 바로 디자인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디자인센터 크루들이 함께 제작해주신 이번 리포트 디자인은 표지부터 내지까지 올 한 해의 디자인 트렌드와 각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결과물로, 전 아직도 처음 디자인을 봤을 때 제가 친 물개 박수와 놀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 작성과 퇴고, 홍보, 디자인이 함께 어우러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리포트는 12월 16일 금요일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기업사이트에 먼저 공개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링크드인에 순서대로 발간되었습니다. 또한 내년 1월 4일에 소책자로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마치며
어떻게 보면 제작기 첫 줄부터 헉! 하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입사 첫 주부터 적응할 시간도 없이 실무에 들어가? 제가 입사 첫 주 주말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처음 한 달은 제가 들은 말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할 수 있다는 말만 하며 수많은 저자들에게 기고 요청을 드리고 일정을 관리했습니다. 첫 한 달은 그렇게 별다른 이슈 없이 리포트 제작이 순항을 달렸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달부터 덜컥 제 안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서야 제가 맡은 일의 규모가 피부로 와닿아, 정말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에 관해 진지한 고찰이 시작된 셈이죠. 그 와중에도 시간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달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경주마는 저이고, 제가 뒤돌아보려고 하면 시간이 제 고삐를 확 잡아당겨 어딜 보는 거냐며 채찍질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 AI를 만드는 사람들에 실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마음에 와닿은 답변이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크루들은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본인의 전문 분야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 확신이 탄탄해요.
그 답변을 들으며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탄탄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학부 시절 신문사 기자 생활과 학내 동아리의 인터뷰이로서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리포트 제작에 참여하게 됐고, 스스로 제법 괜찮게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죠. 하지만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자 시간과 일정에 밀리고 밀려 마감만 생각하고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때 들은 위의 답변이 이번 Tech & 제작지 작성을 발판으로 스스로 돌아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매일매일 마감은 넘쳐나고 일정을 되짚어야 했음에도 한숨 골라봤습니다. 이 리포트 제작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해온 지점들이 무엇인지,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제작에 힘을 보태고 계신지, 그리고 리포트와 무관하지만 제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애정을 싹 틔우고 자라게 할 수 있게 했던 날까지 되돌아보았고,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아 리포트를 완성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리포트를 모두 완성하고 나니 후련하기도, 섭섭하기도 합니다. 올해 이 리포트를 채운 내용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2022년을 조금이나마 담아내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고, 내년에 발행될 리포트에는 내년의 모습을 올해보다 더 다채롭고 깊게 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진행한 인터뷰의 제목,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 나날 속에서 리포트를 제작한다면 매해 더 나은 리포트를 제작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리포트 제작에 도움을 주신 모든 크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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