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안녕하세요. 테크니컬라이팅 팀의 Crystal(김유리)과 Sandy(차신영)입니다.
쉼표는 글을 쓰고 읽는 사람 모두에게 친숙한 문장 부호인데요. 일상생활에서 '오늘의 쉼표'와 같은 관용 표현으로도 자주 사용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문장 부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메일을 쓰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도 습관적으로 쉼표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요. 주로 긴 호흡의 문장에서 끊어 읽기를 하거나 단어 등을 열거할 때 쉼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사용하고 있는 쉼표를 과연 제대로 사용하고 있을까요?
테크니컬라이팅 팀에서는 얼마 전 잘못된 쉼표 사용이나 무분별한 쉼표 사용 등을 주제로 논의를 했었는데요. 실제 저희가 작성한 기술문서를 분석해보니 작성자에 따라 쉼표 사용이 제각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쉼표의 사용 오류는 공문서에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공문서의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 오류 양상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쉼표 사용의 오류 빈도를 조사한 결과 한 공문서에서 무려 28번의 오류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우리는 쉼표 사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맞을까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장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쉼표 사용에 대한 혼란은 개발자와 테크니컬라이터 등 여러 작업자가 협업하는 기술문서 작업 과정에서도 꽤 빈번하게 발견됩니다. 작업자 A는 가독성을 위해 문장에 쉼표를 사용했는데, 이를 읽은 작업자 B는 해당 쉼표를 불필요한 요소로 생각해 제거하는 등 작업자 간 일관된 스타일 기준이 없었던 것이죠. 따라서 저희 테크니컬라이팅 팀에서는 쉼표에 관련된 어문 규정을 찾아보고 스타일 가이드에 쉼표 사용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쉼표 어문 규정 분석
쉼표는 우리의 언어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막상 쉼표에 대한 어문 규정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헷갈리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규정은 자주 검색하여 찾아보는데 말이죠. 먼저 한글 맞춤법에서 쉼표 사용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① 한글 맞춤법 규정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7-12호(2017. 3. 28.)에 따른 한글 맞춤법 규정의 부록인 문장 부호에서는 쉼표의 사용 규정을 총 15가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먼저 쉼표의 사용 규정 15가지를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기술문서 작성과 관련된 쉼표 규정의 모호함에 대해 논의해 보았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15개의 쉼표 사용 규정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3개의 규정을 선정하여 쉼표의 사용 용법과 용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글 맞춤법 쉼표 사용 규정
1. 같은 자격의 어구를 열거할 때 그 사이에 쓴다.
2. 짝을 지어 구별할 때 쓴다.
3. 이웃하는 수를 개략적으로 나타낼 때 쓴다.
4. 열거의 순서를 나타내는 어구 다음에 쓴다.
5. 문장의 연결 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할 때 절과 절 사이에 쓴다.
6. 같은 말이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한 부분을 줄여서 열거할 때 쓴다.
7. 부르거나 대답하는 말 뒤에 쓴다.
8. 한 문장 안에서 앞말을 ‘곧’, ‘다시 말해’ 등과 같은 어구로 다시 설명할 때 앞말 다음에 쓴다.
9. 문장 앞부분에서 조사 없이 쓰인 제시어나 주제어의 뒤에 쓴다.
10. 한 문장에 같은 의미의 어구가 반복될 때 앞에 오는 어구 다음에 쓴다.
11. 도치문에서 도치된 어구들 사이에 쓴다.
12. 바로 다음 말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 않음을 나타낼 때 쓴다.
13. 문장 중간에 끼어든 어구의 앞뒤에 쓴다.
14. 특별한 효과를 위해 끊어 읽는 곳을 나타낼 때 쓴다.
15. 짧게 더듬는 말을 표시할 때 쓴다.
* 쉼표의 띄어쓰기: 쉼표는 앞말에 붙여 쓴다.
출처: 국립국어원
▪ 열거의 쉼표
열거의 쉼표는 가장 기본적인 용법 중 하나로 기본적으로 같은 자격의 단어, 구 또는 절이 연이어 나올 때 쉼표를 사용합니다.
용법 1에서 쉼표는 각 어구를 구분하거나 문장을 읽을 때 호흡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자격의 어구들이 열거되어 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용법 2는 용법 1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열된 어구들은 짝을 지어 구별하여 쉼표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예시 문장을 보면 같이 '한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이라고 나열하는 것보다 뒤에 명시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구분하여, 이에 속한 해당하는 나라들은 ‘한국과 일본’, ‘필리핀과 베트남’으로 구분하여 나타내면 훨씬 더 문장을 이해하기 좋습니다.
▪ 문장 구조의 쉼표
문장 구조의 쉼표는 문장의 연결 관계, 문장 성분의 생략 등과 관련된 용법으로 열거의 쉼표와는 구별됩니다.
용법 4는 여러 내용을 열거할 때 사용되는 ‘첫째, 둘째...’와 ‘먼저, 다음으로, 마지막으로……’ 등과 같은 순서 어구 다음에 쉼표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문장 구조의 쉼표라고 할지라도 국어에서는 ‘그리고, 그러나’처럼 접속 부사 뒤에는 쉼표를 쓰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사실인데요. 기본적으로 접속 부사 다음에 쉼표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영어의 문법과 대조가 되는 부분입니다.
용법 5는 절(Clause)과 절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하여 문장의 연결 관계를 명확히 할 때 쉼표를 사용하는 용법입니다. 단, 해설에서는 쉼표 없이도 문장의 연결 관계가 명확하다면 쉼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어 작성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용법 6은 대응되는 문장 성분을 줄여 쓸 때 쉼표를 사용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용법입니다. 예시에서 생략된 구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여름에는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겼고),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휴가를 즐겼다." 일 것입니다. 이처럼 대응되는 문장 성분을 줄여 쓸 때는 쉼표를 사용해야 합니다.
▪ 동격의 쉼표
동격의 쉼표는 서로 같은 격을 가진 단어, 구 또는 절을 쉼표로 연결하는 용법입니다. 예를 들면 “A, 곧 B는 ~이다.”라고 할 때 A = B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동격의 쉼표를 사용하면 먼저 나오는 단어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용법 8의 예시에서 “책의 맨 앞부분 = 개요”의 관계가 성립하므로 동격의 쉼표로 볼 수 있습니다.
용법 9는 문장 앞부분에 조사 없이 사용한 제시어나 주제어가 나올 경우, 그 뒤에 쉼표를 사용하는 용법입니다. 예시에서
“열정 = 이것 = 젊은이의 가장 소중한 자산”의 관계가 성립하므로 동격의 쉼표로 볼 수 있습니다.
용법 10은 한 문장에 같은 의미의 어구가 반복될 때 사용하는 쉼표입니다. 예시에서 “애국심 = 몸을 사리지 않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정신”의 관계가 성립하므로 역시 동격의 쉼표입니다.
카카오 i 기술문서 쉼표 사용 가이드라인
국립국어원의 한글 맞춤법 쉼표 사용 규정을 살펴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 팀에서는 작업자 간 각각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쉼표의 사용 양상을 분석하고, 기술문서에 최적화된 쉼표 가이드라인을 정립할 목적으로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는데요.
한글 맞춤법 쉼표 사용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쉼표의 기본 용법 15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런 쉼표의 용법을 기술문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해당 규정의 해설과 예외 조항에서 작성자의 판단에 따라 쉼표를 사용 혹은 생략할 수도 있다고 한 부분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작성자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문서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술문서의 특성을 고려하여 저희는 카카오 i 기술문서에 최적화된 쉼표 가이드라인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① 열거의 쉼표는 필수
열거의 쉼표는 같은 자격의 단어, 구 또는 절이 연이어 나올 때 사용하는데요. 저희는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라 열거의 쉼표는 반드시 삽입하기로 했습니다. 간혹 어떤 작업자는 쉼표를 생략하거나 또는 쉼표 대신 가운뎃점(•), 하이픈(-) 등의 문장 부호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 기술문서의 전체적인 일관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자격의 단어나 구 등을 열거할 경우에는 반드시 가운뎃점 등의 문장 부호가 아닌 쉼표를 사용하기로 내부 지침을 세웠습니다.
또한 열거의 쉼표를 사용할 때 짝을 지을 수 있는 항목들은 쉼표로만 나열하지 않고, 조사와 쉼표를 적절히 사용하기로 했는데요. 예시와 같이 ‘Windows, Mac, Android, iOS’를 쉼표로만 열거하는 것 보다는 ‘Windows와 Mac, Android와 iOS’와 같이 상호 대응되는 항목을 조사와 쉼표로 연결하면 문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② 문장 구조의 쉼표는 필수
문장 구조의 쉼표는 문장의 연결 관계 또는 문장 성분의 생략 등과 관련된 용법인데요. 문장 구조의 쉼표 역시 작성자의 주관에 따라 사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술문서의 일관성을 위해 내부 지침을 세워야 했습니다. 저희는 문서의 가독성을 위해 문장 구조의 쉼표는 항상 사용하기로 했지만, 열거의 쉼표와 문장 구조의 쉼표가 한 문장에 동시에 등장할 경우에는 문장이 복잡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문장 구조의 쉼표를 생략하기로 지침을 세웠습니다.
③ 순서 어구 뒤에는 필수
기술문서의 경우에는 명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 ‘첫째, 둘째… ‘ 또는 ‘먼저, 마지막으로…’ 등과 같은 순서를 나타내는 어구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이렇게 열거의 어구를 사용할 경우에는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라 반드시 쉼표를 사용해야 합니다.
④ 접속 부사 뒤에는 생략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 그러므로……’ 등과 같은 접속 부사 뒤에 존재하는 쉼표의 사용 여부는 실제 저희 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작성자의 판단에 따라 접속 부사 뒤에 쉼표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라는 해설 때문에 맞다/틀리다를 정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는데요. 이렇다 보니 기술문서에서 접속부사 뒤에 쉼표를 사용한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으로 인해 작업자 간 스타일의 일관성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기술문서의 일관성을 위해 적어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기술문서에서 만큼은 이런 주관적인 요소로 인해 작업자 간 쉼표의 사용이 달라지면 안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따라서 접속 부사 뒤에는 쉼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규정하고 있는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라, 저희 팀에서도 이 규칙을 준수하기로 하였습니다.
⑤ 동격의 쉼표는 사용 지양
일반적으로 동격의 쉼표는 대부분 강조를 위해 사용되지만, 기술문서의 경우 동격의 쉼표가 들어가는 문장은 자칫 불필요하게 복잡해질 수 있는데요. 따라서 저희는 동격의 쉼표는 최대한 사용을 지양하고 대신 문장을 풀어쓰기로 지침을 세웠습니다.
⑥ 쉼표 대신 문장을 분리
기술 문서는 여러 정보들을 전달하거나 정보들의 연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한 문장에 열거의 쉼표와 문장 구조의 쉼표가 함께 혼용되는 문장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열거의 쉼표와 문장 구조의 쉼표를 함께 사용하다 보면 자칫 쉼표가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복잡한 문장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장은 테크니컬라이팅 4대 원칙(명확성, 정확성, 간결성, 일관성) 중 하나인 간결성에도 어긋나는데요. 따라서 저희는 기술 문서에서 열거의 쉼표와 문장 구조의 쉼표를 함께 사용 시, 가능하다면 문장을 분리하여 쉼표의 사용을 자제하기로 지침을 세웠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한글 맞춤법에서 규정한 쉼표 어문 규정을 분석해 보고, 이를 토대로 카카오 i 기술문서의 쉼표 가이드라인을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사실 어문 규정에서는 '특별한 효과를 위해 끊어 읽도록 할 때 쉼표를 사용할 수 있다' 또는 '어떤 경우에는 쉼표를 쓰지 않을 수 있다'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된 내용이 있어서 이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작업자 간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쉼표 사용 양상에 대해 문제 인식을 하고, 기술문서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쉼표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니 전체적인 문서의 가독성과 일관성이 더욱 개선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쉼표 사용이 뭐 중요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테크니컬라이팅 팀에서는 쉼표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정확한 용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자세로 문서 작성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도 더욱 재미있고 신선한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1] 한글 맞춤법 규정 부록 - 문장 부호 (2017)
[2] 공문서의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 오류 양상 -표준국어대사전을 중심으로-, 새국어교육, 81(0), 381-403. by. 황경수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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