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서기 2020년! 우리는 접촉이 공포가 되는 극단적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사람보다는 키오스크, 전화보다는 배달 앱, 발품보다는 온라인 쇼핑이 편해진 건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아주 다르니까요. 실생활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불안, 무기력,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까지 우리의 일상은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 역시도 재택근무로 외로움이 짙어질 즈음에 모든 콘택트 요청이 단비 같았죠. 설령 그게 업무 요청일지라도... (언빌리버블!)
오늘은 언택트 시대의 힐링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위로가 되고 싶은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기술 공유보단 옆집 사는 기획자 이야기로 편히 읽어주세요. 🙏
상반기에 인입된 발화를 살펴보면 [그림 1]과 같이 1월 대비 4월 발화가 30% 정도 증가했는데요. 특히 ‘힐링’이 포함된 발화는 2배 이상, ‘힐링사운드' 분류 발화 역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혼자 있어서, 집에서 일이나 공부를 해야 해서, 휴식이 필요해서… 원인은 다양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할 일이 더 많아질 거라는 점이죠. 미니는 정보를 주는 ‘비서' 이상의 위로가 될 수 있는 ‘친구'니까요. (카카오 i의 페르소나)
조용하고 싶지만 적막한 건 싫은, 백색소음 힐링
#소음이 가져다준 뜻밖의 힐링
그럴 때 있잖아요.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기 싫고, 조용하고 싶지만 너무 조용한 건 싫을 때. 🤔
불규칙한 잡음은 긴장을 주지만, 성분과 세기가 골고루 분포된 소리는 잡음을 상쇄시키고 심신안정에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폭포 소리나 새소리를 듣고 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저하된 실험, 소음이 청각 지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이러한 '백색소음'은 집중과 안정, 그리고 꿀잠을 돕는 슬립 테크의 일환으로 꾸준히 주목받아 왔습니다.
사람들은 백색소음을 어디에서 찾을까. 음악 서비스, 유튜브에서도 자연의 소리, 도서관 소리, (아이를 재운다는😮) 청소기 소리 등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합니다. 또한, 고가의 백색소음 전용 기기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그에 비해 AI 스피커는 말 한마디면 틀 수 있고 다재다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죠. 최근 알렉사 등 AI 스피커들은 집에서의 작업과 휴식을 위해 카페, 사무실, 해변 등 일상의 사운드를 확대 강화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i 힐링사운드 시작
그래서 우리는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제공하는 백색소음류 힐링사운드를 연동하기로 했습니다. 요약하면 발화의 의도를 파악하여 힐링사운드로 '분류'하고, ‘엔티티'라고 불리는 키워드를 추출하여, 음원을 찾는 '스킬'을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상세한 과정은 카카오미니의 명령어 분류 방법에 기술되어 있는데요. 저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획자 입장에서 가볍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힐링사운드 30분만 틀어줘”
“빗소리 들려줘"
“새하얀 눈 밟는 소리 들려줘"
(1) 음성인식
- 비정형화된 신규 텍스트는 음성 학습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 불안정한 인식률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비스 오픈 전에 특수한 제목, 신규 명령어 등을 미리 학습시켜두면 높은 음성 인식률을 담보할 수 있죠.
- 이런 관점에서 매일 크리에이티브한 곡명/아티스트 명이 생겨나는 ‘음악’ 서비스는 음성 인식이 가장 까다로운 서비스 중에 하나랍니다. 😂
(2) 봇 분류
- 음악/라디오/뉴스/주식/인물/실시간 검색어 등 약 70여 개의 봇 중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힐링사운드 봇을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분류의 기준은 ‘힐링사운드'라는 단서일 수도 있고, ‘틀어줘'라는 명령어일 수도 있고, ‘빗소리'라는 구체적인 콘텐츠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틀어줘'라는 명령어만으로는 원하는 것이 ‘음악'인지 ‘라디오'인지 ‘힐링사운드'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명령어' + '콘텐츠명' 등 핵심 단서를 기반으로 말뭉치(발화 예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하게 됩니다.
(3) 인텐트 분류
- 힐링사운드라는 봇 안에서 디테일한 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봇 분류가 상위 카테고리라면, 인텐트 분류는 하위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분류를 위한 머신러닝이 필요합니다.
- 힐링사운드 봇에는 아래와 같은 인텐트가 존재합니다.
ㄴ 사운드를 재생하는 “시냇물 소리 들려줘"
ㄴ 제목을 알려주는 “이거 제목이 뭐야?”
ㄴ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알려주는 “힐링사운드 뭐 있어?”
ㄴ 재생을 컨트롤하는 “다음”, “이전", “그만"
(4) 슬롯 추출
- 의도를 알았으니 실제 수행을 위한 핵심 정보를 추출해야 합니다. 미니에서는 슬롯 추출의 방법으로 엔티티 태깅(품사 태깅 중 하나)을 이용합니다.
- 여기서 엔티티는 사운드 속성이나 상황별 추천 태그, 또는 사운드 제목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아래 태깅 예시를 보면 이해가 쉬우실 것 같습니다.
ㄴ 빗소리 들려줘: tag name=빗소리
ㄴ 공부할 때 힐링사운드 들려줘: tag name=공부할 때
ㄴ 새하얀 눈 밟는 소리 들려줘: sound name=새하얀 눈 밟는 소리
- 봇과 인텐트는 잘 찾았는데 원하는 음원을 재생하지 못하는 경우는 엔티티 태깅 정보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슬픈 결말을 막기 위해 엔티티 정의와 동의어 보강에도 힘써두어야 합니다. AI는 점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룰을 촘촘히 해두는 것이 국룰이죠. 😎
(5) 요청 동작 수행
- 마지막으로 AI가 추출한 정보를 기반으로 ‘같이가치의 힐링사운드'에서 정보를 찾아서 미니로 재생하는 과정입니다.
- 이 단계에서는 각 봇(도메인)의 목적과 구조에 맞는 정책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힐링사운드에서는 ‘sound name’을 요청하면 해당 사운드를 반복하고, "시냇물 소리 30분만 틀어줘"와 같이 재생 시간을 지정할 수도 있죠. 이는 연속 재생의 니즈가 큰 콘텐츠 특성을 고려한 기능입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땐, 마음챙김 명상
#명상으로 마음 챙기기
과거에는 마음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기도 했지만, 최근 사회 전반에 불안이 번지면서 마음챙김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잡념과 스트레스로 복잡해진 마음의 평안을 위해 같이가치 마음챙김 명상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명상 들려줘”
“아이와 함께하는 명상 시작"
“면역력 높이는 명상 틀어줘"
명상 서비스는 ‘힐링사운드 봇' 내에 명상 인텐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했습니다. 이러한 인텐트 세분화는 스킬 개발의 복잡도를 줄이는 대신 분류의 난이도를 높입니다. 목적지가 하나일 때는 그 안에서 분기 처리가 복잡해지고, 목적지가 쪼개져 있으면 가는 길의 기준을 세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분류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가 중의적이거나 목적이 불분명한 발화입니다. 중요한 건 ‘사람이 구분할 수 있어야’만 ‘AI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친구가 다른 단서 없이 “위로가 되는 거 들려줘"라고 한다면 바라는 것이 노래인지 이야기인지 단번에 알아채기 어렵겠죠. 그렇다고 어설프게 넘겨짚는 일이 반복되면 신뢰를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사용 패턴과 컨텍스트를 분석하여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것이 카카오i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시가 주는 담담한 위로, 셀럽 힐링사운드
#익숙한 목소리로 듣는 시의 감동
최근 카카오같이가치와 BH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카카오미니가 마음을 모아 힐링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박보영, 한효주, 한지민, 진구, 박성훈 배우가 좋은 글귀를 낭독하고 감상하는 만큼 기부하는 힐링 프로젝트입니다.
좋은 글과 좋은 목소리, 거기에 좋은 취지가 더해지니 메마른 감성이라도 어찌 촉촉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 담담한 시 한 구절이 심심한 위로가 되길 바라며.
[영상 1] BH배우들의 셀럽 힐링사운드 녹음 현장
[영상 2] 카카오미니 힐링사운드 사용 예
지친 마음 토닥토닥, AI로운 힐링 생활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시대.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때로 불안과 혐오의 감정에 휩싸이진 않았나요?
바깥세상이 어떻든 우린 여전히 일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아이/댕댕이/고영희 등등을 길러야 합니다. 이렇게 바쁜 이들의 집중을 돕고 여유를 선사하는 것이 힐링사운드의 작지만 큰 비전입니다. 😚
다음 과제는 추가 콘텐츠 확보인데요, 양적 확장보다는 ‘누가, 뭐 할 때, 몇 시쯤’과 같은 구체적인 scene을 기반으로 검토 중입니다. ‘음악'처럼 그 자체로 가치 있기보다는 수면, 공부, 휴식을 보조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AI’라서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입니다. 깨기 힘든 아침, 지친 오후, 잠이 오지 않는 밤… 지금의 상황과 맥락을 알고, 유저의 취향과 습관을 기억하는 똑똑한 힐링을 다짐하며 글을 마칩니다.
[참고 기사]
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2993
https://www.yna.co.kr/view/AKR20191113112600009
http://www.ciokorea.com/news/156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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