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테크니컬라이팅 팀의 Crystal(김유리)과 Sandy(차신영)입니다.
좋은 기술 문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테크니컬 라이팅 4대 원칙인 명확성, 정확성, 간결성, 일관성을 지켜 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기술 문서는 독자와 필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에서 출발한 정보 전달 글쓰기이며, 이 같은 유형의 글에서는 독자의 눈높이에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테크니컬 라이팅 4대 원칙이 모두 중요하지만, 이 중에서 정확한 정보 전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독자가 문서를 읽을 때 내용의 모호함 없이 한 번에 이해하도록 하는 '명확성'입니다. 글을 모호하게 만드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조사의 오류로 글의 명확성을 해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은데요. 조사는 독립적인 의미를 갖는 체언이나 용언이 아닌 관계언이기 때문에, 다른 품사에 비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는 문장에서 단어 간의 관계를 설명하므로, 잘못 사용하면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다른 해석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사를 어떻게 사용해야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조사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가 자주 쓰는 오류에 대해 살펴볼 텐데요. 다소 복잡할 수 있는 문법적인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쉬운 이해를 위해 예시와 함께 설명하도록 할게요. 🙂
올바른 조사 사용 가이드
조사는 한국어에서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붙어 문법의 의미를 더하는 품사로 순우리말로는 '토씨'라고도 합니다. 한국어 문법에서는 조사를 별개의 '단어'로 분류하며 그 쓰임에 따라 주격, 서술격, 관형격, 목적격, 보격, 부사격, 호격 조사로(표 1. 조사의 종류) 구분합니다.
또 조사는 언어 유형적 범주에서는 '후치사'라고 하는데요. 외국어에서 유사한 기능을 하는 유형에는 우리가 잘 아는 '전치사'가 있습니다. 대체로 영어, 중국어와 같이 주어-동사-목적어의 구조로 되어있는 SVO(Subject-Verb-Object) 언어에서는 전치사가, 주어-목적어-동사 구조를 따르는 SOV(Subject-Object-Verb) 언어에서는 후치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서 전치사를 어려워하듯, 한국어의 후치사 또한 외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심지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도 후치사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려운 전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테크니컬 라이팅에서는 조사의 올바른 사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사 바르게 사용하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조사의 종류와 용법은 정말 다양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 조사를 좀 더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① 불필요한 조사는 생략
먼저, 조사와 관련한 가장 흔한 오류 중 하나는 불필요한 조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문서를 리뷰하다 보면 '-을/를' 같은 목적격 조사를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관형격 조사 '의'를 중복으로 사용하는 오류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런 문장은 의미가 불명확해지므로 '명확성' 원칙에 어긋납니다. 따라서 '-을/를' 같은 목적격 조사가 중복으로 사용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관형격 조사 '-의'의 사용을 줄여 가능한 서술적으로 풀어쓴다면 보다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은 목적격 조사를 잘못 활용한 문장으로, 글을 쓸 때 상당히 많이 범하게 되는 오류인데요.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시 문장을 역할에 따라 구분해 보겠습니다.
위 예시에서 'Kakao i SDK를 설치를 한다'라는 문장의 목적어는 'Kakao i SDK'이며, '설치'의 경우 목적격 조사 '-를'을 사용했지만, 그 역할은 목적어가 아닌 동작을 설명하는 서술어입니다. 이 때문에 목적격 조사는 체언 'Kakao i SDK' 뒤에만 붙이고, 이 문장에서 서술을 담당하는 '설치' 뒤에는 목적격 조사가 아닌 서술격 조사 '-한다'를 바로 붙여 활용해야 합니다. 얼핏 보면 'Kakao i SDK를 설치를 한다' 또한 그 의미가 전달되지만, 이는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일뿐더러 상황에 따라 오역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어의 역할에 맞게 조사를 올바르게 사용한 문장은 'Kakao i SDK를 설치한다'입니다. 이처럼 단순한 문장이라도 불필요한 조사를 사용하면 문장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 예시는 관형격 조사를 중복으로 사용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역할에 따라 구분해 보면, '사용자의 프로필'은 '이메일 주소'라는 목적어를 수식하고 있는 수식어입니다. 하지만 수식어인 '사용자의 프로필'에서의 관형격 조사 ‘의'는 불필요한 수식 표현이기 때문에 생략하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이 메서드는 사용자 프로필의 이메일 주소를 인자로 사용합니다.'가 올바른 문장이 되겠네요.
상황에 따라서는 조사를 중복으로 사용해도 문장의 의미를 크게 헤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크니컬 라이팅에서는 수식을 최소화하고, 간결한 문장 구성을 통해 어려운 정보의 관계를 정확하게 명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조사 남용은 테크니컬 라이팅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첫 번째 오류인 것 같습니다.
② 조사 '-로'의 오용은 지양
조사 '-로'는 1) 방향을 나타내는 방향격 조사, 2) 자격을 표현하는 위격 조사(-로서), 3) 수단적 의미를 나타내는 도구격 조사(-로써)까지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격 조사와 도구격 조사로 사용될 경우에는 '-서'와 '-써'의 뒷 말로 구분하지만, 사실상 이는 생략된 형태인 '-로'라고 더 많이 쓰이기 때문에 혼동이 많은데요. 이처럼 문장에서 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로'가 세 가지 격으로 해석 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문장에서 그 의미를 풀어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Service ID는 인증을 위한 토큰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을 보면, 경우에 따라 두 가지 상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Service ID가 인증을 위한 ‘도구의 역할’을 하는 경우이며, 두 번째는 Service ID의 ‘자격 또는 정의’를 나타내는 경우입니다.
만약 문장 1을 의도했다면 도구격 조사 '-로써'를 사용해야 하고, 문장 2를 의도했다면 뒤에 따라오는 서술어를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서 설명해야 합니다. 이처럼 조사 '-로'는 문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테크니컬 라이팅에서는 '-로'의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다른 조사 또는 다른 표현으로 고쳐 쓰는 것이 좋습니다.
③ 번역을 고려한 조사 사용
기술 문서를 다루다 보면 외국어를 국문으로, 또는 국문을 외국어로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 시에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가 바로 한국어의 조사 선택인데요. 특히 영어에는 조사라는 품사가 없기 때문에 영문을 국문으로 번역 시 올바른 한국어 조사를 사용했는지 한 번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다음 예시는 ‘This codec is better for live broadcasting services.’라는 영어 문장을 번역한 것인데요. 조사 ‘이'를 사용하는지, 또는 ‘은'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두 문장은 모두 맞는 문장이므로, 앞뒤 맥락을 파악하여 올바른 조사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④ 외국어 표기에 맞는 조사 사용
원어나 영어로 표기된 단어가 약어인 경우, 조사는 앞말의 발음에 따라 표기합니다. 하지만 약어가 아닌 한 단어인 경우에는 해당 단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조사를 사용해야 합니다.
예시 1을 보면 IT(Information Technology)라는 약어는 [it]이 아닌 [ai-ti]로 발음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받침이 있는 소리로 끝날 때 사용하는 조사 ‘-은'이 아닌 받침이 없는 소리로 끝날 때 사용하는 조사 ‘-는'을 사용해야 합니다. 예시 2는 약어가 아닌 외국어의 경우인데요. 끝말이 받침이 없는 표기 't[ti]'로 끝났지만, 발음([internet])에 따라 조사 '-은'을 사용해야 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조사의 정의와 오용 예시를 살펴보며 올바른 조사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조사는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관계언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 잊기 쉬웠는데요. 또한 영어는 조사라는 품사가 존재하지 않고, 한국어에는 조사가 발달했기 때문에 특히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다루는 테크니컬 라이터 입장에서는 조사에 대해 명확한 용법과 유의 사항을 익혀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의외로 우리가 조사를 잘못 사용하고 있고, 조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에도 테크니컬 라이팅과 관련한 흥미로운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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